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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뿔 넘버9’. 최상급 한우를 일컫는 용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정한 한우 등급 체계 중 최상위인 ‘1++’ 중에서도 BMS(마블링 점수)가 최고(9점)인 한우다. 이번 추석 때 백화점 3사는 ‘넘버 나인’ 상품을 250만원(6.4㎏, 안심 등심 살치 채끝 부챗살 포함)에 팔았다. 200g에 7만8125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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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갈비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역시 투뿔 넘버9 등급인 설화 꽃등심(130g, 9만5000)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일반 가정의 주머니 사정에 비춰보면 백화점이나 벽제갈비나 그야말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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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홈플러스 등 경쟁 유통업체를 통틀어 이만한 규모의 미트(축산물)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 신현호 신선품질혁신센터장은 “100g 단위의 소포장을 비롯해 대용량 상품까지 가공 품목 가짓수(SKU)가 약 800개에 달한다”며 “이곳에서 포장된 제품은 바로 점포에 진열되기 때문에 최상의 선도(鮮度)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 중 미트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곳은 롯데 외에 이마트뿐이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기도 광주 미트 센터는 SKU가 100개 남짓인 데다 2011년에 기존 물류 시설을 개조한 터라 규모도 7107㎡에 불과하다. 최근 이마트가 이지스투자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오케이미트라는 수입육 유통사에 250억원을 투자한 것도 미트 센터의 처리 용량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트 센터를 직접 운영해야 유통 단계 축소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백화점에서나 취급할 법한 최상급 한우를 진열대에 올릴 수 있는 건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조차 투뿔 넘버9을 선물 세트로 판매할 생각은 못 하고 있다. 그만큼 물량을 대기가 쉽지 않아서다. 유통가에서도 반신반의했지만, 롯데 ‘마블 나인’은 올해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마블 나인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한우 선물 세트는 사전 예약을 시작한 7월 21부터 이달 10일 추석 당일까지 매출이 예상치를 50%가량 웃돌았다. 신 센터장은 “선물 세트로 약 1000두를 준비했는데 물량이 달려 약 1500두를 가공했다”고 말했다.
농협 4대 공판장에서 물건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한우의 품질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얘기다. 축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도축장에서도 투뿔 넘버9이 나오긴 하지만 4대 공판장에서 출하되는 제품과 비교하면 품질 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등급을 매기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전체 출하량 중 일정 비율을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급 두수가 많을수록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블나인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엔 롯데마트만의 독특한 경쟁 시스템도 한몫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MD가 공판장에서 지육을 가져오면 이를 무조건 받는 것이 아니라 신선센터의 기준에 맞는지를 철저히 검수한다”며 “얼마 전에 마블나인용으로 들어온 지육이 상태가 안 좋아 약 1억원어치를 반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마블나인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롯데마트는 청담동 한우 오마카세(맡김차림) 전문점 우월과의 콜라보(협업 마케팅)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7월 한 달만 하려고 했던 이벤트다. 마블나인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합격점까지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평소에도 마트 등 롯데쇼핑의 점포들을 암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 관계자는 “우월과의 콜라보를 더 알리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행사장에 등장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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