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미국 대학들은 퀄컴의 개발 플랫폼인 ‘브루(BREW)’로 코딩하는 법을 가르치자고 외쳤어요. 노키아 휴대폰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노키아 앱은 브루로 코딩하니까요. 그런데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생들한테 가르칠 시점이 됐을 때 상황이 어떻게 됐을까요. 아이폰이 나왔어요. 노키아와 브루가 멸종한 겁니다. 대학들이 지식이 아니라 배우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죠.”
1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만난 벤 넬슨 미네르바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배우는 법’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미네르바대는 강의실과 캠퍼스가 없다. 150여 명의 학생이 4년 동안 7개국을 순회하며 100% 온라인으로 토론 중심 수업에 참여한다. 전통적인 대학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이런 학습 역량을 기르는 게 미네르바 교육의 핵심이다. 넬슨 CEO는 “한 상황에서 배운 지식을 다른 상황에도 적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단순히 한 과목을 배우고 다음 과목으로 나아가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미네르바대의 1학년은 전공지식을 배우지 않는다. 비판적·창의적 사고, 효과적 의사소통을 배우는 네 가지 과목이 있을 뿐이다. 그는 “스스로 정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고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뇌 수술(Brain Surgery)’이라고 할 만한 1학년 과정을 거치면 실생활 과제에 이 사고방식을 적용한다. 세계 각 도시의 정부 기관, 기업과 협업해 문제 해결 연습을 하다 보면 학생들은 졸업할 때쯤 사회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난다.
미네르바만의 자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포럼(Forum)’은 이런 교육을 위해 설계됐다. 넬슨 CEO는 “포럼의 온라인 수업에선 모든 학생이 수업 내내 완벽히 몰입하게 된다”며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말한 시간을 손쉽게 파악해 모든 학생이 발언하고 집중하도록 강의 시간을 분배한다”고 했다.
2024년에는 이런 미네르바 교육 방식을 적용한 대학이 한국에도 생긴다. 아시아 최초다. 한국 파트너는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로, 2024년 개교가 목표다. 넬슨 CEO는 “포럼을 통한 미네르바의 온라인 교육 방법, 전 세계 도시를 피부로 경험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식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리더를 키우기 위한 독특한 커리큘럼도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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