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방영 횟수 비례해 보상…넷플릭스 수익 독식 막는다

입력 2022-09-18 17:56   수정 2022-09-19 00:55

영화감독과 연출자 등 영상물 저작자가 해당 영상물의 방영 횟수에 비례해 추가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처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사진)은 ‘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이번주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영상연출자, 각본가 등이 타인에게 영상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이후에도 해당 영상물을 최종 제공한 자로부터 발생한 수익에 비례해 추가 수입을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보상권)를 명시했다.

다른 저작물에 비해 이해관계가 복잡한 영상물은 유통 편의를 위해 연출자 등이 저작권 전체를 제작사에 넘겨주는 관행이 보편화돼 있다. 지난 15일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6관왕을 차지한 ‘오징어 게임’ 역시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시청하고, 약 1조원의 수익을 냈지만 수익은 넷플릭스에 돌아가는 구조다. 연출·각본을 쓴 황동혁 감독이나 작가진 등 저작자들은 흥행 정도와 무관하게 당초 저작권 양도계약 때 약속된 금액만 받는다.

업계에서는 창작 기회가 절실한 감독·작가와 대형 제작사 간 협상력 불균형을 감안해 보상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윤정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편화로 과거 극장 개봉 시절과 달리 영상물 제작 단계에서 흥행과 수익을 예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저작권자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지속적인 보상을 위한 협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남미에선 어떤 형태로든 영화가 상영되면 창작자에게 수익 일부가 돌아가도록 법으로 규정한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노동조합들이 플랫폼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창작자들의 저작권료(재상영 분배금)를 보장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업계 출신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31일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정기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성 의원 안과 유 의원 안을 통합 심사하는 형태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이견이 없는 데다 K콘텐츠 육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연내 법 통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다.

OTT업계 등의 반대가 거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작권 전체를 양도하는 영상물 관련 계약 특성상 음악 등 다른 저작물과 비교해 높은 양도액이 책정되는 만큼 이중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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