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폭탄,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대규모 미달 사태에 시달리는 대구 지역 아파트가 지난달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 80.3%를 나타냈다. 2012년 9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저가 매수세도 일부 있지만 전국적으로 매수 심리 위축이 심화하는 만큼 낙찰가율 80%선 붕괴가 초읽기라는 관측이다.
19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0.3%를 나타냈다. 전달(81.5%)에 비해 1.2% 낮아졌고 2012년 9월(76.6%) 이후 가장 낮은 낙찰가율이다.
대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작년까지만 해도 평균 109.2%에 이를 정도였다. 작년 9월 106.1%, 10월 105.5%, 11월 99.7%, 12월 95.1%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3월 85.2%까지 내려갔던 낙찰가율은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가 커졌던 4월 91.9%로 반짝 반등했다. 이후 다시 80%대를 이어오다 이제는 80%선도 위협받는 처지다.
대구에선 여러 차례 유찰이 이뤄진 물건을 대상으로 저가 매수를 노리는 응찰자가 늘고 있다. 이달 대구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6.3명으로, 전달(6.1명)에 비해 증가했다. 지난 7월(4.6명)과 비교하면 응찰자 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대구 달성군 다사읍 A아파트 전용면적 76㎡는 감정가(3억2900만원)의 69%인 2억2700만원에 팔렸다. 두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1억6100여만원까지 떨어지자 응찰자 20명이 몰렸다. 달서구 월성동 B아파트 전용 85㎡도 응찰자 20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이 물건 역시 두 번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2억4400만원)가 감정가(4억9900만원)의 반값 수준으로 떨어지자 매수 희망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감정가의 67.7%인 3억3700여만원에 매각됐다. 서구 중리동의 C아파트 전용 49㎡는 낙찰가율 65.5%인 9600만원에 팔렸는데 응찰자수가 15명에 달했다.
하지만 저가 매수세가 있더라도 대구 지역의 낙찰가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낙찰가율 하락세는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90.6%)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85.9%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9월(84.8%)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도 전달(96.6%)보다 2.9%포인트 하락한 93.7%를 나타내며 올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구는 공급량이 많아 매매 시장에서의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을 확률이 큰 만큼 눈에 띄게 감정가가 낮은 물건이 아닌 이상은 낙찰가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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