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인하했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와 상관없이 금리를 조정한 첫 사례다. 시중 유동성이 투자되지 않고 예금으로만 몰리면서 은행들이 예금이자 주기도 벅찬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5대 국유은행인 공상·농업·중국·건설·교통은행은 지난주 순차적으로 예금금리를 내렸다. 연간 기준 요구불예금은 0.05%포인트 내린 0.25%, 1년·5년 만기 정기예금은 0.1%포인트 인하한 1.65%와 2.65%, 3년 만기 정기예금은 0.15%포인트 내린 2.6%로 조정했다.
중국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이에 맞춰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 금리를 결정해 왔다. 기준금리 변동이 없는 가운데 5대 상업은행이 일괄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차이신은 분석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2.75%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20일 발표 예정인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반대출 기준인 1년 만기 LPR을 0.05%포인트 내린 연 3.65%,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 만기 LPR을 0.15%포인트 인하한 연 4.30%로 결정했다.
시중 은행이 기준금리와 관계없이 예금금리를 내린 것에 대해 차이신은 당국이 수년 동안 추진해 온 금융시장의 시장원리 도입 시도의 결과로 해석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4월 '예금 금리의 시장 결정 구조에 관한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관영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연구소의 차이하오 연구원은 "시중은행 금리와 기준금리가 차별화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 은행의 예금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원빈 민성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고, 자금의 실물 경제 투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 금리 차이가 줄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대신 예금금리를 낮추는 조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유동성은 늘어났지만 시중 자금이 투자 대신 예금으로만 쏠리면서 은행의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진단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예금 문의는 늘어나는데 수익을 내줄 대출처가 많지 않아 예금 유치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8월 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52조38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급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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