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맞고 뇌질환 부작용…법원 "정부 보상해야" 첫 판결

입력 2022-09-20 18:00   수정 2022-09-21 00:48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뇌질환을 진단받은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0대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말 AZ 백신을 접종한 다음 날 열이 나고 이틀 뒤에는 어지럼증과 양다리 저림,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느꼈다.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그 결과 뇌내출혈과 함께 뇌혈관 기형의 일종인 대뇌해면기형, 단발 신경병증을 진단받았다.

이에 A씨의 배우자는 진료비 337만원,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심리 끝에 이를 거부했다. A씨의 증상은 뇌혈관 기형 질병 때문으로 보이지만, 뇌혈관기형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2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며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뇌질환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백신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예방접종 이전에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예방접종 바로 다음 날부터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했고, 이는 질병관리청이 이상 반응으로 언급한 증상”이라고 했다. 또한 “AZ 백신 등 코로나19 백신이 단기간 내 개발·사용돼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번 판결로 백신 피해보상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행정소송)은 이 건을 포함해 모두 9건이다. 이와 별도로 대한민국과 질병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민사소송)도 8건 정도 진행 중이다.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안나현 법무법인 하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백신 자체의 불안성을 인정하며 질병과 백신 접종 간 폭넓은 인과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지금까지 인과관계를 매우 엄격히 판단해온 질병청의 기조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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