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IPO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관심이 쏠리는 추세다.
20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22’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총출동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 자율주행차 보안 기술 개발 기업 아우토크립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내년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스케일업(고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파두는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기술력으로 시장을 파고든 기업이다. 2015년 6월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파두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한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잇달아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이 없다는 데서 출발했다.
주력 제품은 저장장치(SS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컨트롤러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만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다.
파두는 최근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선두 데이터센터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2년 전 검증을 받아 작년 4분기 본격적인 발주에 들어갔고, 올해 100만 개를 양산해 공급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회사 설립 후 최초로 손익분기점을 넘겨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토크립트 역시 차량 운행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술로 시장을 공략했다. 김의석 아우토크립트 대표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차량 소프트웨어와 센서 개발도 필요하지만, 정보 교란과 해킹으로 인한 충돌 사고를 막고 통신을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보안 기술이 필수”라며 “차량 간 운행 정보와 교통 환경 공유 등을 통해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차량 내부를 제어하는 보안 기술, 차량 간 무선 교통 네트워크 기술, 전기차의 전력통신 네트워크 기술 등 크게 세 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과 인프라가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동돼 동시에 발전하도록 통합적인 보안을 제공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하고 약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가 양산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초기 단계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다”며 “대중교통과 전기차 플랫폼 등에도 적용되는 보안 기술로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설립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인기 연예인의 아바타를 제작해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창업자인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는 23세에 발간한 한류 잡지 ‘K웨이브’가 성공하면서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기회 요인을 발견했다. 대중문화 트렌드인 ‘부캐(부캐릭터)’가 확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지식재산권(IP)도 확보해 메타버스 콘텐츠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 대표는 “이제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 리빙 시대”라며 “기업이 온·오프라인과 협업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메타버스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에 기반한 메타버스, 사람을 위한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며 “삶과 죽음,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 콘텐츠로 시장에서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이다인 에이럭스 대표는 “AI와 로봇 기술로 새로운 교육시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에이럭스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2015년 교육용 로봇을 출시했고, AI 기술 기반 교육플랫폼과 미래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학습자의 학습 패턴에 따라 최적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알고리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코칭 기술을 통해 기존 교육의 한계를 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비롯해 연속 체온 모니터링 솔루션, 웨어러블 산소포화도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출시했다. 이 회사의 이영신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디지털 기술이 의료기기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진입장벽을 해결해야 한다”며 “상장 후에는 원격의료 시대를 선도하는 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서형교/최세영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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