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이날 오전부터 ‘의전 실수론’에 불을 지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하고 장례식장에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영국 측의) 홀대라면 홀대가 되지 않도록 했어야 되는 것이고, 우리 쪽 실수였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악의적인 해석”이라고 받아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위상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애쓰는 외교 무대에서의 정상을 그런 식으로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건 누워서 침 뱉는 일”이라며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외교라는 대외적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순방지인 미국에서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뉴욕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지각을 했다, 홀대를 받았다, 의전 실수가 있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장례식을 마치고 조문록을 작성한 데 대해 “영국 왕실에서 자칫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하도록 요청이 있었고 우리는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후 3시39분께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했고, 오후 6시에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사이에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를 조문할 경우 리셉션에 참석할 수 없어 영국 측이 조문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일정을 조정해 일찍 영국에 도착했어야 한다’는 야권 주장에 대해서는 “새벽에 일찍 출발할 수 있었지만 왕실과 충분한 협의 속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대변인은 “왕실로선 모두가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라며 “수많은 국가의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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