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조각을 뜻하는 아이콘(icon)의 합성어다. 첫 이모티콘은 198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에 등장했다. 이 대학 컴퓨터학과의 스콧 팔먼 교수가 “오해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농담일 땐 웃는 표정의 ‘:-)’를 쓰자”고 제안하면서 널리 퍼졌다.
이보다 100여 년 전에 이모티콘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1862년 8월 7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링컨 대통령 연설문 중 ‘웃음(laughter)’이라는 단어 옆에 찍힌 ‘;)’가 효시라는 설, 1881년 미국 풍자 잡지 ‘퍽(Puck)’에 모스 부호로 네 가지 표정을 나타낸 게 시초라는 설이 제기된 적 있다. 그러나 기네스북은 팔먼 교수의 이모티콘을 최초로 인정했다.
초창기에 글자와 부호를 조합했던 이모티콘은 그래픽을 활용한 2세대와 움직이는 그림의 3세대 방식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전체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모지(emoji)로 발전했다. 연령별 사용 동기를 보면 10대와 30대는 ‘재미’, 20대는 ‘유용성’, 40대는 ‘친근함’을 중시한다.
이모티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월 사용료를 내는 구독자만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시장 규모도 2017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으로 커졌다. 이모티콘을 개발하는 창작자가 1만 명을 넘었고 ‘월 수익 1억원대’ 스타 작가까지 탄생했다.
그러나 모두가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의 경우 1주일에 제안된 1500여 건 중 상품화되는 것은 20여 건뿐이다. 소비자가 2500원짜리 이모티콘 세트를 구입할 때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비용 750원(30%)과 카카오 수수료 1000원(40%)을 떼고 작가는 750원(30%)을 갖는 정도라고 한다.
이모티콘의 효용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비대면 소통이 늘어날수록 더 많이 필요한 게 감정을 전달하는 표정 언어다. 시(詩)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문학 장르’라면 이모티콘은 ‘시보다 짧은 문장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현대판 상형문자’라고 하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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