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1일 17: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골프존뉴딘그룹이 계열사 2곳의 상장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골프장 운영업체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용품 유통업체 골프존커머스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증시에서 계열사가 비슷한 시기에 증시 입성을 꾀하는 건 공모주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2021년부터 시작됐다. 넉넉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이 1개월에서 3개월 간격을 두고 상장했다.
연속적인 상장을 통한 투자자들에게 '골프존'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 역시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올해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다수 기업이 공모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두 회사 모두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골프존커머스-골프존카운티, 3개월 간격 증시 입성 도전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골프존커머스는 9월 초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통과한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10월 11~12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18~19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다.앞서 골프장 운영업체 골프존카운티가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먼저 통과했다. 하지만 공모 시기를 뒤로 미루면서 원래는 후발 주자였던 골프존커머스가 먼저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됐다.
골프존카운티는 올해 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초에 공모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상장예비 심사의 효력이 2월 22일까지인 만큼 그전까지만 상장 작업을 마무리하면 된다. 두 기업의 공모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공모 일정에는 약 3개월의 차이가 있을 예정이다.
국내 증시에서 한 그룹의 계열사가 짧은 간격으로 연속 상장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그룹 이미지가 투자 포인트로 작용하는 국내 증시의 특징 때문에 투자 심리가 분산될 가능성이 커서다. 연속으로 계열사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주는 피로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진 2021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 ‘프레스티지 형제’가 2021년 1월과 3월에 각각 공모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는 아니지만 최대 주주가 동일한 관계사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CMO(의약품 위탁생산)를 담당해 사업적인 연동성도 컸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2021년 7월과 10월에 연이어 상장했다. '프레스티지 형제'의 경우 바이오파마는 유가증권시장, 바이오로직스는 코스닥시장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둘 다 유가증권시장으로 향했다. 두 회사는 모두 테크핀을 정체성으로 삼는 유사 IPO 딜이기도 했다.
업종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SK그룹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2021년 3월과 4월에 연이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국내외 자본시장에 유례없는 유동성이 몰리면서 계열사의 연속 상장 금지라는 ‘불문율’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가장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실제로 프레스티지 형제와 카카오 계열사, SK그룹 계열사 모두 공모 흥행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면서 이를 입증했다.

◆골프 시장 호황에 두 회사 역대급 실적 ‘눈앞’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커머스는 모두 골프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내 골프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만큼 지금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다.골프존카운티는 전국 18개 골프장, 총 387홀을 운영하는 골프장 운영업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 1위다. 2018년 1월 골프존뉴딘그룹 골프장 부분에서 인적 분할해 설립됐다.
골프존커머스는 2015년 3월 골프존뉴딘홀딩스에서 물적 분할해 설립된 골프용품 유통업체다. 전국 1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골프존마켓몰’과 ‘골핑’ 등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공모 흥행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골프존뉴딘홀딩스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존카운티는 상반기에 매출 1482억원, 순이익 469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1%, 순이익은 33.6% 증가했다. 골프존커머스 역시 매출 1957억원, 순이익 1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4%, 순이익은 51% 증가했다.
적자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랭해진 상황에서 이익 성장세를 거두고 있는 골프존뉴딘그룹의 계열사 IPO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10월 공모를 앞둔 골프존커머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2699억~3360억원이다. 초기 상장을 계획했을 때보다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골프존카운티의 몸값은 시장에서 2조원대가 언급된다. 골프존카운티는 연내 추가 골프장을 인수해 덩치를 더욱 불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다수의 골프장을 인수합병해 외형과 수익을 함께 늘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해왔다.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복 상장’·‘과도한 구주매출’ 논란 피할까
다만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바뀐 점이 변수다. 다수의 기업이 부정적인 대외 환경에 영향을 받아 상장을 철회하거나 공모 규모를 축소했다. 유동성 잔치를 벌였던 지난 2년과는 다른 상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작년 말부터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해 상장하는 ‘중복 상장’ 이슈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과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 등으로 시작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불을 지폈다. 이에 금융당국도 모회사의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상장하는 행태에 대해 법령을 바꿔 규제 강도를 높였다.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커머스의 경우 해당 규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 골프존카운티는 인적분할한 회사이며 골프존커머스는 모회사에서 물적분할한 지 7년이 지났다. 하지만 두 회사의 모회사 격인 골프존뉴딘홀딩스 역시 코스닥 상장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커머스 둘 다 공모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도 흥행의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태림페이퍼 등 구주매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책정한 기업은 대부분 공모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쏘카와 WCP 역시 수요예측 이후 구주매출 물량을 크게 줄여 증시 입성에 나섰다.
골프존커머스는 공모주식의 45%를 구주매출로 잡았다. 구주 매출은 최대 주주인 골프존뉴딘홀딩스의 몫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선택이다.
골프존카운티 역시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구주매출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2대 주주인 골프존뉴딘홀딩스에 최대 주주 지위를 넘겨주기 위해서다. MBK파트너스는 보통주 54.8%와 우선주 3.5%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뉴딘홀딩스는 보통주 지분 41.6%를 갖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일부를 구주 매출해 지분율을 30%대로 낮출 전망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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