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中企, 삼성 솔루션 덕에 날았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2-09-21 17:23   수정 2022-09-29 18:46

“공정이 복잡해지니 불량률이 높아지더군요.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폐업까지 고민했습니다. 7년 전엔 정말 막막했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농업용 트랙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위제스의 정철영 회장은 21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위제스는 매출 100억원을 올리며 농업용 트랙터 시장 ‘신흥 업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5년에는 회사가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했었다. 농업기계 배출가스 인증 의무화에 따라 생산 공정을 바꾸면서 불량률이 30% 이상으로 치솟았다.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부품 관리에 문제가 속출한 탓이다. 생산하다 말고 부품이 모자라 차로 두 시간 넘게 달려가 부품 공급처를 찾은 적도 있다. 정 회장은 “어디에서 불량이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고 말했다.
○생산시간 40분→23분 단축
위제스 경영에 숨통이 트인 것은 2016년부터다. 삼성전자가 동반성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스마트공장 지원 대상이 되면서다. 정 회장은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삼성전자의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직원 40명을 위제스로 보내 해결 방안을 찾았다.

위제스는 트랙터용 캐빈 한 대를 만드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이같이 오래 걸린 건 부품 관리 부실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생산라인에 적용하던 ‘키팅 시스템’을 위제스 현장에 반영했다. 키팅 시스템은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미리 상자에 담아 조립 라인별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후 캐빈 생산 시간은 40분에서 23분으로 줄었다. 부품 상자마다 바코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재고 수량을 확인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직원 동선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용접자동화까지 도입하자, 생산성은 이전보다 35% 향상됐다.

정 회장은 “이제는 창사 이후 최대 매출에 도전할 정도로 회사가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1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시시각각 변해도 스마트공장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위제스는 내년 1월 운영을 목표로 신규 공장도 짓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4800대에서 내년 1만1000대로 늘어난다. 정 회장 아들인 정병규 사장은 “앞으로 지을 공장에도 삼성전자로부터 전수받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11년 연속 최우수 동반성장 기업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811여 곳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올해 지원받을 예정인 270여 곳을 포함하면 3000곳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위제스를 동반성장 우수 사례로 꼽아 외부와 공유할 예정이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동반성장위원회 평가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1년 연속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날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한 결과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파리바게뜨 등 38개 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최초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삼성물산(패션부문), 롯데GRS, 자이씨앤에이, 포스코건설 등 4개사다.

이 밖에 우수 65개사, 양호 70개사, 보통 29개사, 미흡 7개사를 선정했다. 동반성장지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실적과 설문조사를 종합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한 결과로, 점수를 합산해 각 성과 등급을 매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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