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패소'…남양유업·백미당 주인 바뀌나 [종합]

입력 2022-09-22 13:29   수정 2022-09-22 14:55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다만 홍 회장 측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혀 남양유업 지분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정찬우)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주문을 낭독한 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체결된 것”이라며 “피고들의 쌍방대리, 계약해제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 쪽은 선고 직후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 주식을 52% 소유하고 있는 홍 회장 일가는 지난해 5월27일 이 주식을 모두 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백신 대란’ 당시 남양유업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저감효과가 77.8%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파장이 일면서다.


당시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벌어지며 30% 가까이 급등했던 주가는 허위·과장 홍보 논란이 커진 뒤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으면서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채 급락했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커지자 홍 회장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어 지분까지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약 내용은 홍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약 3107억원에 매각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홍 회장 쪽은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다”며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 회장 쪽은 계약 해지 근거로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계열사 백미당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약속을 어긴 점 △홍 회장 및 오너 일가의 임원 처우 보장을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쪽을 모두 대리해 무효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주식매매계약 과정에서 양측의 대리를 맡았는데, 계약 체결 과정에서 김앤장 변호사들이 홍 회장에게 불리한 계약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매도인과 매수인의 대리인이 동일하게 되면 한쪽의 이익 또는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어 통상적인 인수합병(M&A)에서는 쌍방대리를 금하고 있다. 다만 사전에 당사자의 허락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다.


이에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쪽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주식을 넘기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과 더불어 홍 회장 일가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받아냈다. 한앤코가 신청한 가처분이 여러차례 인용된 데 이어 이날 본안 소송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한앤코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어 홍 회장 측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판결을 수용하고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퇴진과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남양유업의 소비자 신뢰 회복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홍 회장 측은 “쌍방대리를 사전에 동의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고, 사전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았다”면서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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