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궁지에 몰리자 核 위협한 푸틴, 김정은도 다를 바 없다

입력 2022-09-22 17:3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하고, 핵무기 카드까지 흔들면서 내일로 7개월이 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대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 2월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친러시아 네 개 주를 편입하는 주민투표 강행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자국 내 반전 시위 등으로 수세에 몰리자 전세를 뒤집기 위해 무모하고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정당성을 잃은 데다 확전 시도까지 하는 데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그제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주권 보호 명목으로 “예비역 등 국민을 부분적으로 동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발동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전 병력 확보를 위해 동원령을 내린 예비군 규모는 30만 명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동원령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시사함에 따라 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푸틴이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서방이) 핵무기로 협박하면 (핵무기 공격) 방향이 그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한 점이다. 자국민 보호를 핑계 삼아 핵 협박을 가한 것이다. 측근은 전략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푸틴이 “허풍이 아니다”고 단언했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푸틴이 공포의 버튼을 누르고, 핵 위험을 높였다”고 분석한 것을 보면 핵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푸틴은 우크라이나전 이후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점령지 10%가량을 빼앗겼고, 병력 손실도 크다. 전쟁터에 보내기 위해 죄수들까지 모집한 데 이어 예비군 동원령까지 내리는 것을 보면 얼마나 다급한지 짐작할 수 있다.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러시아 젊은 남성들로 항공편이 매진됐다고 한다. 동원령에 반대해 러시아 전역 38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져 1400명 가까이 구금된 것을 보면 내부 상황도 여간 심상치 않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곡물값과 에너지값 상승을 일으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이는 등 전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신냉전 체제 구축을 비롯해 국제질서도 뒤흔드는 등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철 에너지 대란도 예고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고 전쟁을 끝내길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다)’와 다름없다.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세계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지경에 빠질지 모른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는 푸틴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야욕을 사전에 꺾어놓기 위한 모든 유효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비확산 체제에 대한 책임을 무모하게 무시하고 핵 위협을 했다”고 하는 등 서방 정상들은 푸틴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는데, 말의 성찬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이런 푸틴을 보면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위험성을 되새기게 한다. 김정은은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공격이 의심만 돼도 핵 선제타격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법까지 만들며 “절대로 비핵화란 없다”고 단언했다. 이복형을 독살하고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쏴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 김정은은 푸틴보다 더 불확실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자비한 그가 온갖 종류의 미사일에 얹어 쏠 수 있는 전략, 전술핵무기를 모두 손에 쥐게 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심각한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통 경각심을 가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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