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단기간 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요한 순간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엄격히 견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과 국민연금이 통화스와프를 추진 중인 사실을 공개하며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은과 국민연금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할 때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는 대신 한은에 원화를 맡기고 한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빌려 투자할 수 있다. 즉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줄어든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가 걱정되는 수준인지 보인다”며 “예전엔 우리 환율만 절하됐지만, 지금은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통적인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의 진단을 거론하며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을 가장 잘 대변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국장은 전날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은 실질 실효 환율로 봤을 때 통화가 강해진 나라에 포함된다”고 했다. 지금 환율 급등은 한국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 아니라 강(强)달러에 따른 것이며,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 가치는 선방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환율 불안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Fed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1.63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에선 “환율 1400원 선이 뚫리면 마땅한 저항선이 사라져 이후에는 20원, 50원 단위로 뛸 수 있다”(정유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환율 상단이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1400원이 순식간에 뚫린 상황이라 1500원이라고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1450원, 1500원까지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했다.
변수는 외환당국이다. 정부와 한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 급등세를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일방적인 환율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5일 환율 급등에 대해 “넋 놓고 있을 수 없다”고까지 했다. 세계적인 달러 강세 현상으로 원화 가치가 약세(환율 급등)를 보이는 만큼 인위적으로 원화 약세를 꺾긴 힘들지만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던진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 여부도 환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형 변수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이 한·미 통화스와프에 응할지는 불확실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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