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미국의 최종 금리(연 3.4%→연 4.4%)가 전제조건에서 벗어났다”며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연 2.5%로 같던 한국과 미국(상단 기준)의 기준금리는 Fed의 자이언트스텝으로 0.75%포인트 차로 역전됐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건 약 한 달 만이다. 지난 7월 Fed가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뒤 미국의 기준금리(연 2.5%)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연 2.25%)을 0.25%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이후 8월 한은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양국의 기준금리는 간신히 키를 맞췄다.
이번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지난번보다 훨씬 폭이 크고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Fed가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연 4.4%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6월 내놓은 전망치(연 3.4%)보다 1%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은이 올해 남은 10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존 방침대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양국 간 금리 역전 폭은 1%포인트를 넘게 된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진 것은 세 차례다. 하지만 양국의 최대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를 웃돈 적은 1999년 6월~2001년 3월 단 한 차례뿐이다. 당시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밝힌 ‘점진적 인상’ 방침을 수정하고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지난 수개월간 드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는 ‘기본 조건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포워드 가이던스 후 가장 크게 변한 전제조건은 Fed의 최종 금리에 대한 기대”라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재는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놨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한 달 사이 그 이상 수준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며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간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이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미국과 과도하게 큰 정책금리 차이를 막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11월과 내년 1·2월 후속으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정책금리는 연 3.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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