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년9개월여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첫발을 디뎠다. 두 정상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이라는 최대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결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성과를 도출한 협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양국이 완전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정상의 만남은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미국 뉴욕 콘퍼런스 행사장을 윤 대통령이 찾아가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회담은 실무진이 협의한 대로 30분간 열렸다. 의제를 미리 정하지 않고 진행하는 약식 회담이었지만 성과가 적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당국에 지시하고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두 정상은 정상 간 소통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안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라고 답했다. 일본 외무성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하고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필요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온 우호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도 변수가 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내부 진영논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1주일 전 합의됐던 정상회담이 돌연 난기류에 휩싸인 것도 “한국 정부가 양자회담 합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일본 내부 반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이날 정상 간 만남을 ‘회담’ 대신 한 단계 격이 낮은 ‘간담회’라는 용어를 사용한 배경도 이런 자국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간담회라는 용어는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일본의 입장이 투영된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는 일본 정부도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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