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한 ETF 10개 중 4개는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1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최초’를 앞세운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증시 영향도 크지만, 단순 이색 테마 ETF만으로는 투자자를 사로잡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유동성이 적은 소규모 ETF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색 테마 ETF와 더불어 채권·리츠(REITs)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ETF가 쏟아지고 있다. 올 들어 우주항공, 원전, 인공지능(AI), 음식료 등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 ETF들이 증시에 상장했다. 만기형 채권 ETF나 월 배당(분배금) ETF 등 새로운 유형의 상품도 등장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ETF는 대부분 기존 시장에 없던 상품”이라며 “올해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채권형 상품이나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거래금액이 가장 적은 종목은 ‘마이다스 KoreaStock중소형액티브’(267만원)였다. 반면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의 하루 거래금액은 137억원으로 올해 상장 ETF 중 가장 많았다. 전체 ETF 가운데 하루 거래금액이 많은 상품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5278억원), KODEX 레버리지(3898억원), KBSTAR 단기통안채(2487억원) 등 출시된지 오래된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자금 유입 측면에서도 올해 상장한 ETF는 대체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근 3개월 동안 순자산 유입 상위 20개 ETF 중 올해 상장한 ETF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과 ‘SOL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등 두 개뿐이었다.
최근 운용사들의 공격적인 ETF 출시를 두고 증권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이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기존 공모펀드 대비 거래가 쉽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올해 다양한 ETF가 출시되면서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 등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흥행에 실패한 ETF들이 무더기로 상장폐지될 경우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한 지 1년 넘은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을 경우 다음 반기말에도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ETF는 상장폐지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원치 않은 시점에 투자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ETF는 유동성공급자(LP)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가격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무분별한 상장으로 운용역 한 명이 지나치게 많은 ETF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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