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동북부 이지움 외곽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 발굴 결과 발견된 시신에서 다수의 고문 흔적을 확인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올레그 시네구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지난 16일 시작한 발굴 작업에서 시신 436구를 찾았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시신 대부분에서 폭력적 죽음의 흔적이 확인됐다"며 "30구는 고문 흔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목에 밧줄이 걸리고 손이 묶인 시신이 있었고, 사지가 부러지거나 총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남성은 거세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모든 것이 침략자들이 이지움 주민에게 가한 끔찍한 고문의 증거"라고 비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는 대규모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묻힌 시신 대부분은 민간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부차에서 저지른 짓을 이지움에서 반복했다. 우리는 하르키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며 "세계가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지움에 현장 조사팀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철수한 점령지에서 다수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러시아에 의한 학살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월 부차에서는 시신 50여 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확인된 것을 비롯해 러시아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수백 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마리우폴에서도 위성사진을 통해 매장터가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조작이라며 이들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지움 매장지에서의 학살 정황에 대해 "부차와 같은 시나리오다. 거짓말"이라며 "우리는 이 사건에서 진실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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