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선보인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금융권에선 이 같은 중간 평가가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시장금리 탓에 출시 직후 신청이 쇄도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나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공급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앞서 주금공은 출시 초 신청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출생연도 끝자리 숫자에 따라 신청 일자를 배분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예컨대 첫날인 15일엔 출생연도 끝자리가 4와 9인 사람만 신청할 수 있었다. 이어 16일에는 끝자리가 5와 0인 사람만 신청 가능했다. 이렇게 지난 21일까지 모든 출생연도를 한 바퀴 돌고 22일부터 전 연령층에서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초반 실적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역대 안심전환대출 공급 사례와 비교하면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2015년 처음 나왔던 안심전환대출은 목표 공급액 20조원이 단 4거래일 만에 소진돼 한도를 추가로 20조원 늘렸다. 2019년에도 20조원 목표로 선보였으나 2주 만에 신청액만 70조원을 넘어섰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주담대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주택 가격과 소득 요건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충족하는 상당수가 이들 정책 주담대 고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3.8%(10년)~4.0%(30년)이고,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소득 6000만원 이하)은 연 3.7%(10년)~3.9%(30년)다. 2015년엔 연 2.5~2.7%, 2019년엔 연 1.85∼2.2%였다.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하는 대출 고객이 적지 않다는 점도 수요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고객들은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다”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내려 연 2%대 시대로 회귀할 것이라고 믿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금공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이 공급 한도에 미달하면 주택 가격 기준을 올려 추가로 신청받을 예정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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