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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두 번 만남으로 정치인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 축적된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말은 인격을 담는 그릇이다. 두 의원의 인상은 말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됐다.
말도 말이지만, 요즘엔 글도 문제다. 트위터를 주로 활용하는 미국 정치인들과 달리 한국 정치인 절대다수는 페이스북을 한다. 정치부 기자들은 의원들이 올리는 글과 그 이면을 취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페이스북은 유용한 정치 수단이다. 기자들을 만나거나, 전화 또는 문자를 할 필요도 없다. 현안에 관해 쓰기만 하면 온라인에 기사가 한두 개는 나온다. 격한 단어로 상대를 후벼 파는 내용일수록 기사의 수와 분량은 늘어난다.
국민의힘 내홍이 법정으로 비화하고, 급기야 파국을 맞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날카로운 언어와 무관치 않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당내 친윤(친윤석열) 세력이 주고받은 격한 말과 글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정치적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 법원의 가처분 심리 결과에 따라 한쪽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친 말은 지난 24일 밤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목도 잡고 있다. 비속어 논란에 순방 성과는 묻히고 말았다. 대통령실이 공언한 미국, 일본과의 정식 정상회담은 현지 사정 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하니 대통령실 설명대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국회를 향한 것이었다고 대통령실이 해명한 이상 거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핵심 입법 추진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비속어 논란은 속히 수습하고 털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정치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 순방 뒤 첫 도어스테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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