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6일 09: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간의 주식매매계약(SPA) 이행에 관한 본안소송 1심 결과가 '한앤코 승소'로 판결나면서 법원의 판단 근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회장측이 주장해왔던 것을 모두 기각하면서 완벽하게 한앤코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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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지난 22일 1심 선고에서 "홍 회장 일가는 한앤코와의 계약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핵심 이슈였던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쌍방대리 여부, △백미당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홍 회장과 일가의 임원 대우 조건이 계약 선행조건이었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결문에 기재했다.
큰 틀에서 법원은 "이 계약은 이 사건 주식의 매매 및 본건 거래에 관한 당사자들 사이의 최종적, 완전한 그리고 배타적인 합의를 구성하며 그에 대한 종전의 모든 구두 또는 서면의 합의, 양해 및 진술을 대체한다라는 완전계약 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설령 홍 회장측이 계약서 작성 전에 한앤코측과 구두로 이면 합의를 한 적이 있더라도 완전계약 조항이 포함된 이 계약을 체결한 이상 한앤코측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서 이행하거나 준수해야 할 확약과 의무는 한앤코가 이 계약의 매수인으로서 명시적으로 진술, 보장, 확약하고 이행 및 준수하기로 약정한 것에 한정된다"고 판결했다. 즉, 계약서에 명시돼있지 않은 백미당 분사 및 매매대상에서 제외, 홍 회장 일가의 고문료 등 우대 내용 등은 한앤코측이 들어줄 이유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주식매매계약은 남양유업 외식사업부 또는 외식사업부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인 백미당, 홍 회장 가족에 대한 예우에 관해 달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백미당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적혀있지 않은 데다 홍 회장 측이 이에 대해 증거로 제시했던 고문위촉제안서 및 확인서, 주식매매계약서 별도 합의서 등도 계약의 선행조건으로 볼 증거로는 불충분하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홍 회장측이 '백미당, 임원 예우가 선행조건'이라는 근거로 제출한 '주식매매계약서 별도 합의서'에 대해 법원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주식매매계약서 별도 합의서라는 문서는 홍 회장의 지시로 실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날인한 적이 없다.(중략) 이 문서에는 홍 회장측 스스로도 임원진 예우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고 시인하는 '남양유업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 부여'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중략) 그렇다면 이 문서는 그 작성 시점과 무관하게 홍 회장의 일방적인 내심의 요구사항을 받아적은 것이거나 실무자가 작성 과정에서 홍 회장의 진술을 잘못 받아적은 증거로서, 어느 모로 보나 신빙하기 어려운 증거다."라고 명시돼있다.
또 홍 회장 가족에 대한 예우에 대해서도 판결문은 "홍 회장측이 주장하는 수준의 예우 및 백미당에 관한 확약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이 계약의 완전계약 조항을 배제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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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의 쌍방대리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 모두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소속돼있고 이 주식매매계약의 체결 및 이행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 홍 회장측 변호사에게 이 주식매매계약에 관하여 대리권이 있었다거나 실제로 대리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김앤장의 역할이 인수합병(M&A) 거래에서의 일반적인 법률자문 행위로 보인다는 구체적 내용도 판결문에 담았다. "주식매매 방식의 기업 인수거래에서 통상 매각자문사는 매매대금 등 계약조건의 내용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법률자문사는 (계약 내용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적법한 방안과 해당 거래 또는 대상 기업에 내재된 법적 위험을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중략) 김앤장의 양측 자문 변호사들은 (중략) 이 주식 거래의 주당 매매가격 또는 고문예우의 내용에 관한 협상에 참여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홍 회장측 변호사는 2021년 5월 17일부터 5월 27일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한앤코측이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실사 결과 홍 회장측이 진술 및 보장 위반으로 부담할 수 있는 손해배상책임 등 법률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홍 회장의 지시 또는 승인을 받아 계약서를 수정하거나 고문 예우를 서면화하기에 적절한 형식에 관해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업 인수거래에서 법률자문사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자세하게 기술했다.
이번 판결문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사실은 홍 회장이 지난해 7월30일에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공시한 이후 한앤코측에 공문을 보낼 때 주총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홍 회장의 주소로 거래종결일이 서면 통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거래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이 주식매매계약은 (중략) 계약에 명시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거나 권한 있는 당사자에 의해 서면으로 포기된 날로부터 13번째 영업일 오전 10시에 거래종결일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외에 거래종결일 확정을 위해 필요한 절차에 관해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한앤코측이 거래종결을 위해 서면통지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 한앤코가 남양유업에 대한 실사를 완료한 시점이 지난해 7월13일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13번째 영업일인 7월30일 오전 10시가 자동으로 거래종결일이 되고 이를 한앤코에 홍 회장에 따로 통보할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홍 회장은 7월15일에 이사회를 열어 주총 소집 결의를 하고 소집 공시까지 했음에도 하루 전인 7월29일에 '거래종결일 미통지'를 근거로 들며 주총 일자를 9월14일로 연기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앤코측은 "당사자들 간에 합의하여 발표한 정당한 주식매매계약이 어느 일방의 거짓과 모함에 기해 파기될 수는 없으며 계약의 기본 원칙과 시장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측은 "(쌍방대리, 상호간 사전 합의한 내용 등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가운데 홍 회장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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