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맹국' 수준이라는 AI 교육…대통령이 챙겨야 한다

입력 2022-09-26 17:33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 순위(영국 토터스인텔리전스 발표)에서 매년 1~3위를 차지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이다. 이들 3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데는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국가 최고 지도자가 전면에 나서 AI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 둘째 교육·연구·개발 전 분야에 걸쳐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셋째 AI 조기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에 AI 추진 속도가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아메리카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분야의 리더십을 지키는 것은 경제, 국가 안보의 최우선 요소”라고 천명했다. 이에 맞춰 AI 교육 개편을 단행해 교사 교육 프로그램과 교과목, 학교 정보교육 시수(時數)를 획기적으로 확충했다. 미국 초등학교 정보교육 시수는 한국의 6배에 달한다.

미국을 제치고 AI 논문 수 1위 국가가 된 중국은 고등학교 때 네트워크와 AI 개론을 교육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중국은 유명 AI 기업들과 함께 코딩 교과서를 만들고, 이들 기업에 AI 교사 교육을 위탁하는 등 산학 협력이 활발하다. 영국은 만 5세 때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눈을 뜨게 해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 언어를 습득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AI 교육과 활용도는 ‘문맹국’ 수준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중 AI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비율은 10%(한경·입소스 조사)에 불과하고, 자녀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학부모는 30%도 안 된다. 이런 탓에 AI 인재 국제 경쟁력은 28위로 선진국에 한참 뒤처진다.

윤석열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슬로건 아래 2025년부터 학교 코딩 교육 필수화, 정보 교과 2배 확대 등의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AI 교원 수 확보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여전히 미흡하다. 미국, 중국처럼 AI 관련 정책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AI 교육에 민간과 기업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정책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야 한다. AI 경쟁에서 낙후되면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세계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는 게 작금의 절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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