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의 낙폭은 더 컸다. 5.07% 하락한 692.37에 마감하며 2년3개월 만에 700선이 붕괴됐다. 장중엔 690.60선까지 급락했다. 코스닥지수가 5% 이상 하락한 것은 2020년 3월 12일(-5.39%) 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글로벌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경기 침체 우려’로 이어지는 악순환과 상단을 가늠하기 힘들어진 달러 강세 현상이 투자자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와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 등 유럽발 악재도 증시를 짓눌렀다. 지난 23일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하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다시 달러 강세를 자극해 달러인덱스가 113선까지 돌파했다. 약 2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탓에 원·달러 환율은 이날 22원 오른 1431원30전에 거래를 마치며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주식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를 넘어서면서 올해 유가증권시장 예상 배당수익률(2.1%)을 크게 웃돌고 있다.
악재가 쏟아지자 그동안 증시를 떠받쳐오던 개인투자자는 투매물량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은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4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898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891개)과 코스닥시장(1433개)의 하락 종목 수는 2324개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의 하락 종목 수는 역대 최대치다. 양 시장 상승 종목 수는 99개에 불과했다.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운 종목도 973개에 달했다.
삼성전자(-1.10%)는 나흘째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5만원 선을 위협받았다. 카카오(-2.13%), 네이버(-2.85%), 카카오뱅크(-7.04%), 카카오페이(-4.16%) 등도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54조4000억원,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16조6000억원 증발됐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팎까지 추가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Fed의 공격적인 긴축 여파로 내년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기업 실적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코스피지수의 적정 수준으로 2100~2300을 제시했다. 그러나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감소한다고 가정한다면 1920~202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장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각각 4.7%, 8.0% 수준이지만 향후 큰 폭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년 대비 -2.5~3%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이번 하락 추세의 하단으로 2050선을, 하나증권은 2100선을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3고(高) 지수가 이달 현재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2003~2004년, 2013~2016년 당시 박스권 하단인 0.79배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시스템 위기급의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2200선을 지지대로 삼을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금융위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2200선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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