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보도한 MBC에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묻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MBC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6시께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 명의로 MBC 박성제 사장에게 'MBC의 순방기간 중 보도에 대한 질의'라는 이름의 공문을 보냈다. 대통령실은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다음과 같은 질의를 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직후 윤 대통령이 한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는지 답변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질문에 이어 '소속 기자들이 임의로 특정한 것이라면' 이라는 전제로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물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MBC 보도와 관련해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MBC는 최초 보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자사가 잘못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MBC가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 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아울러 지난 25일 MBC의 방송 내용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바이든'과 '날리면'을 병기하지 않은 이유를 질문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중 '국회'라는 단어가 미국 의회인 것처럼 별도 괄호로 (미국)이라고 표기한 이유와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입장을 요청한 이유에 대한 답변도 요청했다. 이어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이유를 "논란이 확산하고 있으니 MBC에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MBC에 대한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에 대해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MBC는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며 "이처럼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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