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건 깨달음을 추구하는 일 같아요."
정호승 시인은 최근 책 <담배 가게 성자>를 읽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등단 50년 기념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출간한 한국 대표 시인이다.
시 쓰기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언어로 그 고민을 담아내는 일이다. 그는 새 시집 '시인의 말'에서 "시를 쓰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디에서 삶의 가치와 기쁨을 얻을 수 있었을까." 하고 자문했다.
50년간 시를 써온 그가 깨달음을 얻고 싶었던, 여전히 고민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정 시인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사랑과 이별,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문학의 주제는 결국 사랑과 죽음이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며 "사랑과 죽음은 인간의 영원한 화두이고 고민,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시인의 시가 도달한 깨달음은 '죽음은 인간의 종착지가 아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부모님의 사랑으로 남은 자식들이 살아가듯이, 시인은 시를 통해 죽음 너머의 세계를 말한다. “내가 한알의 낟알로 땅에 떨어져/고요히 기도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너의 가난을 위해서다”(시 ‘낙곡’ 중에서)
그가 최근 읽고 있는 책 <담배 가게 성자>는 인도의 '구루' 니사르가닷따 마하라지의 말을 모은 책이다.
마하라지는 1897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뭄바이 뒷골목에서 잎담배를 말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37세 때 스승을 만나 수행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마흔이 되던 해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마하라지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참나'를 찾으라는 것. 마하라지는 자신의 담배 가게 2층에서 전 세계 방문객을 맞이하며 죽을 때까지 이런 가르침을 전했다.
책의 저자는 마하라지의 제자 라메쉬 발세카다. 그의 생애는 마하라지와 사뭇 다르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계층으로, 인도국립은행의 은행장까지 지냈다. 인도철학에 정통했으며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서양철학도 공부했다고 한다.
발세카는 친구의 소개로 마하라지를 만난 뒤 마하라지가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마라디어 강의를 영어로 통역하며 곁을 지켰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자리까지 올랐던 그에게도 삶의 의미는 영원한 고민거리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말한다. "구도(求道)의 목적은 참나를 깨닫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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