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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청산한다. 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부진했고 성장성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26일(현지시간) 뱅가드그룹은 ‘뱅가드 US 유동성 팩터 ETF(VFLQ)’를 11월 28일 청산한다고 밝혔다. 뱅가드그룹이 미국 주식 ETF를 청산한 것은 2001년 이 회사가 ETF 사업에 뛰어든 이후 처음이다.
VFLQ는 미국 상장사 가운데 유동성이 적은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로 2018년 2월 상장됐다. 그러나 상장 이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올 들어 약세장이 펼쳐지자 수익률은 연초 대비 -24%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유입된 자금도 빠져나갔다. 올 들어 203만달러가 순유출됐다. 8월 말 기준 이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4420만달러다.
VFLQ는 11월 22일 장 마감 이후 신규 거래가 중단된다. 발행된 ETF는 청산일(11월 28일)에 모두 순자산가치로 상환된다.
뱅가드그룹은 “2018년 상장 이후 VFLQ는 양적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번 청산은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뱅가드그룹은 블랙록과 함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현재 운용하는 미국 주식 ETF는 82개, 총 운용자산은 약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인데다 ETF 시장 자체가 포화되면서 뱅가드와 같은 유명 자산운용사들도 ETF 상품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주식시장에서 청산된 ETF는 91개에 달한다. 작년 한 해 71개가 청산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로는 더 많은 수의 ETF가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TF 시장 성장세도 최근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ETFGI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ETF 순유입액은 약 4638억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29.6% 낮아졌다.
벤 존슨 모닝스타 글로벌 ETF 리서치 디렉터는 “최근 ‘K팝 ETF’와 같은 상품의 등장은 ETF 시장이 과포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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