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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인 인천 스카이72(72홀)를 둘러싼 영업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2020년 말 이미 15년 토지임대차계약 만료된 스카이72 측이 2년째 퇴거에 불응하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측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소송이 대법원에서조차 정해진 기간에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앞서 2020년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입찰을 통해 KMH신라레저를 새로운 골프장 운영사로 선정했다. 이후 부동산 명도 소송 1·2심에서도 이겼다. 스카이72는 그러나 “골프장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기여도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만큼 운영권을 그냥 넘겨줄 수 없다”며 법원으로부터 부동산 인도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스카이72는 2005년부터 공사 소유의 영종도 부지를 불려 골프장을 운영해왔다. 계약 기간은 ‘제5활주로 조성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말까지였다. 하지만 5활주로가 국제 공항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착공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상황에서 공사가 재입찰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협약에 명시된 대로 ‘조건 없이 방을 빼라’는 게 공사의 입장. 하지만 스카이72는 ‘기존 협약은 5활주로 건설이 시작될 경우를 전제로 퇴거하겠다는 것인데다 재입찰 자체도 위법인 만큼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활주로 건설 지연에 따른 ‘계약연장 협의 의무’를 공사가 지키지 않았으며, 갯벌을 골프장으로 바꿔 토지 가치를 높인 ‘지상물 유익비’ 1850억원을 공사가 보상해줘야 골프장을 비울 수 있다는 게 스카이72의 주장이다.
공사는 스카이72가 이미 골프장 조성을 위한 투자금(2600억원가량)을 운영 이익으로 충분히 회수했으며, 기존 협약은 민간투자법상 공법인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에 따른 ‘BOT(Build Operate-Transfer·조성 및 운영 후 인도) 계약’의 성격인 만큼 스카이72 측이 잔디 코스 등을 그대로 넘겨주고 조건 없이 골프장을 떠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공사는 2021년 4월 골프장에 공급되는 전기와 수도를 차단했고, 이에 스카이72는 김경욱 인국공 사장과 임직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뿐만 아니라 입찰 경쟁과 관련해 별도로 불거진 법적 분쟁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공사의 재입찰이 ‘문제없다’고 결론 냈던 감사원은 최근 이 감사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카이72 측이 공사 임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고발과 2020년 입찰에서 KMH신라레저(1위)와 골프존(2위)에 밀려 3위를 한 써미트 측이 공사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낸 배임 혐의 고발 건에 대해 검찰은 최근 재수사에 나섰다. 부동산 명도 소송과 별개로 입찰 자체에 대한 의혹 시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8조 39항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상의 일반조항이고, 9조8항은 공공기관이 리스크를 위탁사와 나눠지도록 한 공정위원회 권고 등을 따른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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