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을 하면서 많이 쓰던 농담 중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 관측은 관측실에 앉아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도 별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많은 천문학자가 아마추어 천문가이기도 하며, 천문학자들이 모이는 천문학회도 천문대 부근 도시에서 열리거나 아니면 별 보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율이 훨씬 높다. 천문학자에게도 큰 망원경을 접할 기회는 의외로 별로 없다. 더군다나 그런 망원경으로 별을 볼 기회는 더 귀하다.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의 관측은 모두 컴퓨터로 이뤄지기 때문에 직접 망원경을 통해 별을 본 천문학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오래전에 보현산천문대 야간 공개 행사를 마치고, 밤 12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었지만 천문대 직원뿐만 아니라 도우미 참가자까지 모두 별을 한번 보겠다고 1.8m 망원경 앞에 다시 줄을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 친구가 가져온 작은 망원경으로 목성을 본 기억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보현산천문대를 찾았던 어린아이들이 새벽잠을 설치고 본 토성의 모습을 성인이 돼서도 이야기한다.
천문학 분야는 최첨단 관측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결과를 얻는다. 외계 행성의 발견이나, 단순히 외부 은하들을 끊임없이 반복 관측해 새로운 초신성을 찾아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아주 특별하지 않은 관측 장비여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낳은 산물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모아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블랙홀을 찍었고, 역시 노벨상을 받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쓰인 m-RNA 기술도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과학 축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천문학자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별을 한 번 본 아이들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선진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도 이제는 과학 문화 증진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결국 문화적 성숙함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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