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과 양극화, 갈등과 분열의 각자도생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한 대목도 다소 선동적이었다. 양극화 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개선되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한 것이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또 갈등과 분열을 거론하려면 여론과 야당을 무시한 지난 5년의 입법 폭주에 대한 사과를 앞세우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가와 정치의 역할에 대한 포퓰리즘적 접근도 여전했다. 잇단 선거 패배에도 편향적 관점을 더욱 강화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어려운 시기에 국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큰 정부가 정답’이라며 나랏돈을 펑펑 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더욱이 지금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재정 긴축에 들어간 상황이다. 어떤 국가든 재정건전성을 의심받으면 통화가 공격당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종부세 완화 추진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특혜라 몰아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편 갈라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상투적 수법으로 비쳤다. 감세에 따른 일시적 재정 부족을 서민예산 삭감으로 메우고 있다는 비난 역시 엉뚱했다. 윤 정부는 약자 복지를 천명하고 복지 수급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로 인상했다. 마땅히 정리해야 할 통계분식용 노인 일자리, 퍼주기성 청년예산 조정 등을 빌미 삼아 서민예산 삭감이라고 공격한 건 공감하기 어렵다.
외교안보 분야 언급들도 혼란스러웠다. 북의 핵 선제공격 법제화 선언이 ‘충격적’이라면서도 “남북 협력을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같은 낭만 정책의 계승을 다짐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말 바꾸기’가 어김없이 반복된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검찰 소환에 불응한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국회 특권 내려놓기’와 ‘면책 특권 뒤에 숨지 않기’를 강조하는 모습은 허탈함을 안겼다. ‘세금폭탄 완화’ 약속을 대선 후 모르쇠하면서 ‘여야 공동공약추진단’을 만들자니, 무슨 말인가 싶다. 이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건 듣기 좋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상식적인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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