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적자' 한전, 명동땅 등 헐값 급매…1700억 손해 추산

입력 2022-09-28 19:24   수정 2022-09-28 19:25


올해 30조원 규모의 적자를 낼 위기에 처한 한국전력이 수도권과 제주 지역의 '알짜배기'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정 손해액만 1700억원 이상에 달한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의정부 변전소 등 부동산 자산 27개소를 매각해 약 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서울 배전스테이션(75억원), 수색변전소(81억원), 경기북부본부 사옥(130억원), 제주전력지사(34억원) 등 수도권과 제주 지역에 보유한 핵심 부동산 자산을 모두 320억원에 매각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책정된 매각예정가는 모두 해당 지역 평균 토지거래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재무 구조 개선 요구에 쫓긴 한전이 약 17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부동산 '급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서울배전 1·2·3 스테이션은 390㎡로 1, 2스테이션에만 각각 48억원과 54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 곳이다. 이 지역의 현재 토지거래가는 1㎡당 약 4044만원꼴로, 서울배전스테이션은 토지 자체로만 약 173억33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매각 예정 금액이 75억원임을 고려하면 약 100억원의 손해를 보고 헐값에 팔게 되는 셈이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수색변전소(대지면적 7944㎡)는 토지 가치가 1439억2700만원으로 추산된다. 한전의 매각예정가(81억원)대로라면 1358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이 외에도 경기북부본부 사옥(대지면적 8991㎡)은 주변 토지거래 가격대로 산정하면 최저 272억원에서 최고 407억원에 매각해야 하지만, 한전은 이 사옥을 내년 하반기 중으로 130억원에 팔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적게는 142억원에서 많게는 277억원 가량 손해를 보고 팔게되는 셈이다.

또한 33억9500만원대에 입찰 공고를 낸 제주 전력지사(토지면적 1469.5㎡)의 토지 가치는 45억∼47억원(1㎡당 약 300만원)으로 추산돼 약 10억원 이상 평가 절하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일영 의원은 "한전이 자산 구조조정 계획에 쫓겨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자본잠식 해결을 위해 핵심 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을 졸속매각하는 행위는 국민과 정부에 손해만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매각 예정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정해 정부에 제출한 금액"이라며 "실제로 매각할 때는 외부 감정평가기관으로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최고가 낙찰 금액으로 매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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