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2억6000만원을 처음 받았을 땐 금리가 2.3%였습니다. 이번에 연장하려고 보니 4% 중반이 넘는답니다. 점점 이자 감당이 안돼 걱정입니다", "잊을 만 하면 은행에서 전세대출금리가 인상된다는 문자가 옵니다. 이자지옥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아 월세를 알아보고 있습니다."(재테크 카페 이용자들)
시장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무주택자들의 시름이 더 커지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7% 진입이 임박한데다 연내 8%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무주택자들은 금리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반전세 내지 월셋집을 알아보는 처지가 됐다. 고(高)물가로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주거비 부담까지 가중돼 가계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을 2030세대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셋값이 한 차례 상승한 바 있는데다, 전세자금대출 절반 이상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을 보유한 20·30대 차주는 81만6353명으로, 전체 전세자금대출 차주의 61.6%에 달한다. 이들이 빌린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96조3672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나홀로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금리가 비교적 낮은 KB국민은행의 전세금안심대출을 통해 1억1000만원가량 빌려 전세로 옮겼다"며 "당시 2.28%의 저금리로 대출 받아 이자를 매달 21만원 냈지만 올해는 32만원으로 뛰어 부담이 늘었다.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 같아 집을 다시 옮겨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월세시장은 되레 커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고,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 대신 고정비용인 월세를 구하고 있어서다. 경기도 용인 소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높아진 여파에 전세 수요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반대로 월세를 찾는 문의는 계속 늘고 있고 현 상황이 당분간 크게 변하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월세 대신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잡아두기 위해 고정금리를 택하면 어떨까. 하지만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은 대출 만기가 짧아 금리 상승기엔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고강도 긴축을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Fed)은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현재 3%~3.25%인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이 내년에 5%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한국은행도 내달 빅스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 고물가 우려 등으로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거비 부담 감소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버팀목 대출) 금리를 올해 말까지 현 수준(1.8~2%)에서 동결하기로 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다. 버팀목 대출은 만 34세 이하,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3억25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만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주거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좀 더 나와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가 8%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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