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기업들이 낸 분담금을 펀드에 투자했다 1년도 안돼 2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을 위반하고 환경부 장관의 허가 없이 펀드에 가입했다 손해를 입었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진 임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손실을 숨기기 위한 회계 조작 정황까지 드러났다.
29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생산자) 재활용 부담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2016년 8월 120억원의 재활용 분담금을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국공채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1년도 안돼 총 2억533만원의 손해를 보고 펀드를 환매했다. 4개월도 지나지 않은 2016년 말부터 펀드의 손실이 발생하자 두 차례에 걸쳐 펀드를 환매했다.
환경부는 포장재의 재활용 비용을 기업들에게 분담시키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코카콜라, 농심 등은 매년 수십억원의 분담금을 내는데 이를 관리하는 곳이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다.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정관 제43조 등은 분담금 재원을 기관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수익 사업은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펀드 투자 전 환경부 장관의 어떤 허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분담금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자체가 없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손실을 숨기려는 회계 조작 정황도 발견됐다. 관련 회계 규정상 펀드투자 손실 금액은 '단기금융상품 처분 손실'로 구분해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이 손실액을 관련도 없는 '보통 예금'으로 처리해 다른 예금의 이자수익들과 합쳐 손실을 상계시켰다. 2억원 이상의 손실이 났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기업들에게서 걷은 공익적 성격의 자금이 환경부 산하기관의 쌈짓돈처럼 쓰인 셈”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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