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40% 낮춘 WCP, 저평가 매력 앞세워 공모 흥행 부진 씻을까

입력 2022-09-29 14:25  

이 기사는 09월 29일 14: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인 WCP가 코스닥 상장을 하루 앞뒀다. IPO 공모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매력을 앞세워 반전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과 증시 부진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WCP는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6만원으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218억원이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중 최대 규모이자 올해 상장 기업 중 1월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두 번째 회사다.

모처럼 등장한 조단위 대형 IPO 기업이지만 공모 과정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33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7대 1에 그쳤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격(8만~10만원)의 상단 대비 25~40% 낮은 6만원으로 내린 만큼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IP 설계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가는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30% 상승했다. 공모 과정에서 흥행 실패로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보다 33.3~44.4% 낮췄던 기업이다.

2차전지 관련 공모주가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 역시 WCP에 위안거리다. 올해 7월 사장한 성일하이텍의 공모주 수익률은 약 176%, 새빗켐은 300%에 달한다.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업종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시장에서 WCP와 주된 비교 대상으로 꼽히던 SKIET와 비교해도 높은 몸값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WCP의 상반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400억원이다. 9월 말 주가 기준 SKIET의 EV/EBITDA는 39배로 이를 WCP의 연 환산 EBITDA(800억원)에 적용하면 적정 기업가치는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9만2000원 수준이다. 이번에 유입되는 공모자금 4216억원까지 고려하면 3조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WCP가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로 상장하는 만큼 환매청구권의 존재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환매청구권은 상장일 이후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에서 매입하는 만큼 주가 낙폭을 일정부분 방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역시 이익미실현 특례로 상장해 공모주 투자자에게 환매청구건을 부여했던 회사다.

다만 9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몸값을 낮춰 상장한다고 해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 수익 실현 가능성이 낮은 플랫폼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심이 더욱 악화됐다.

8월 희망 공모가 대비 18~38% 낮춘 2만8000원에 상장한 쏘카의 경우 한 달 만에 공모가 대비 43% 하락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한 만큼 리스크 회피를 위해 공모 규모가 크거나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WCP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가 받은 공모 물량 중 83%에 의무 보유 확약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하면 차익실현을 노리는 물량이 출회될 수 있는 여건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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