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실익 없어도 투자한 시간과 비용 아까워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 기피 성향 때문

입력 2022-10-03 10:00   수정 2022-10-05 19:3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In economics, there is a principle known as the sunk cost fallacy. The idea is that when you are invested and have ownership in something, you overvalue that thing.(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의 오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어떤 것에 투자하거나 그것을 소유할 때, 그 대상의 가치를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 2023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영어 37번 지문 -
수능뿐 아니라 6월과 9월 시행하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도 경제 관련 지문은 빼놓지 않고 출제되는 추세입니다. 맨 앞 문단을 제시하고 이어 나올 문단 순서를 맞게 배치하는 유형으로, 배점은 3점이었습니다. 37번이었기 때문에 개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더라면 풀이 시간이 단축돼 전체적으로 유리했을 문제입니다.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탐구 영역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한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그동안 세계사를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만 잡아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그동안 세계사를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 쉽게 선택과목을 바꾸거나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그동안 진행한 일을 계속해도 실익이 없다는 걸 알면서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계속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합니다. 언젠가 헤어져야 할 운명임을 서로 알지만, 그동안 연애한 시간이 아까워 헤어지지 못하는 남녀도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 사례죠.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익보단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손실 기피 성향을 가지고 있지요. 보유한 주식이 떨어지는데도 이를 팔지 못한 채 버티는 것 역시 그런 예입니다. 다만 매몰비용은 지출과 다릅니다. 환불받거나 되파는 등 회복 가능한 비용은 매몰비용이 아닙니다.

이처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우리가 매번 선택할 때마다 얻게 되는 편익과 기회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됨으로써 지불해야 할 다른 기회의 비용입니다.

기회비용은 1850년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가 제시한 ‘깨진 유리창 우화’에서 처음 우회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1914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비저가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바스티아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아이가 장난을 치다 유리창을 깼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를 나무랐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이 “유리가 안 깨졌으면 유리가게 사장은 어떻게 살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우리가 부모님께 종종 들어온 말이기도 합니다. 아들의 실수가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을 촉진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바스티아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유리창을 고치는 비용으로 좀 더 효용이 높은 소비를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죠. 기회비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보증금 2000만원, 시설비 2000만원을 들여 고깃집을 창업했습니다. 월세는 월 150만원이고, 월급 250만원을 주는 직원도 1명 고용했습니다. 이 사업에 필요한 최소 기회비용은 매달 얼마일까요? 단순히 월세와 직원 월급을 더한 400만원으로 계산해선 안 됩니다. 보증금 2000만원과 시설비 2000만원을 가게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적금 등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자신의 인건비 등을 모두 더해야 합니다. 연 4% 이자에 직원 월급만큼만 적용하더라도 약 663만원이 나옵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포퓰리즘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포퓰리즘 정책을 위한 세금은 단순히 그 세금만 쓰는 게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그 세금이 쓰일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공부하던 학생이 1주일에 하루를 논다고 했을 때 기회비용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는 걸 눈치챘나요?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실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매몰비용의 오류 사례엔 무엇이 있을까?

2. 매몰비용의 오류로 기업이 위기를 맞았던 사례를 찾아보자.

3.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퇴사해 유튜버가 될 때 치를 기회비용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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