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주)의 합병조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영토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력에 의한 강제 합병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합병을 강행,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명분’을 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절대(never)”라는 단어를 세 번 연속 사용하며 합병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점령지 네 곳을 러시아 영토로 규정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합병조약에 서명,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8년 만에 러시아의 강제 영토 편입을 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을 자국 영토로 삼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총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점령지 네 곳이 러시아 영토로 편입되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공격’으로 간주하고 총공세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가 이들 네 지역에서 장악한 영토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다. 포르투갈 전체 면적과 맞먹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9일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의 독립을 인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의 독립을 선언한 데 이어 이들 지역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합병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소비에트연방으로 돌아갈 의지는 없다며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한 점을 거론하며 “서방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합병조약 체결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행동은 이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고 그 결과 90명에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남부 자포리자에서 민간인 차량 행렬에 포격을 가해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중부 드니프로에서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운송회사를 공격,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남부 미콜라이우에서는 고층 건물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8명이 다쳤다. AP통신은 이날 공격이 최근 수주일 동안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루한스크주의 북쪽 관문 도시인 리만을 포위 공격하면서 이 지역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리만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서 서남쪽으로 160㎞ 떨어진 도시다. 우크라이나군이 곧 리만을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루한스크주의 북쪽 관문 도시이자 주요 철도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완전히 수복했으며 루한스크주를 향한 공세를 진행해 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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