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테슬라의 첫 로봇

입력 2022-10-03 17:22   수정 2022-10-04 00:06

로봇(robot)이 ‘고된 노동’ ‘강제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59년 미국 뉴저지주 트렌턴의 GM 공장에 강철 팔을 가진 1.2t 무게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 #001’이 처음 나타났을 때 노동자들은 기겁했다. 그러나 로봇이 강철 팔로 형틀에서 무거운 부품을 꺼내 옮기자 환호성을 터뜨렸다. 로봇의 등장은 위험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봇은 이제 산업현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음식을 나르거나, 커피를 만들고, 환자를 돌보는 것 등은 일상 풍경이 됐다. 인간을 도와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고 작곡을 하기도 한다. 특히 의료나 물류, 국방 분야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움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로부터 4억7000만㎞ 떨어진 화성에서 탐사 임무를 수행 중인 ‘퍼시비어런스’와 ‘인저뉴어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건물 잔해와 계단을 옮겨 다니며 내부 모습을 보여주던 ‘티호크’ ‘팩폿’, 불치병을 파헤치는 ‘나노봇’ 등의 활약은 로봇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올초 CES는 이런 로봇 기술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등과 접목했을 때 어떤 미래가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로봇세’ 도입 등을 주장하며 로봇 확산을 우려하지만, 아직 인간은 로봇에 낙관적이다. 빅테크들과 유수 제조기업이 경쟁적으로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최근 2족 보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해 관심이다. 테슬라의 첫 로봇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평가는 썩 좋지 않다. 기존 휴머노이드에 비해 동작이 굼뜨고, 이렇다 할 만한 특징도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 회장 자신도 “아직 거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시장은 테슬라가 그동안 전기차와 우주산업에서 보여준 성과와 AI·자율주행·슈퍼컴퓨팅 부문에서의 기술력 등을 주목한다. 그의 말대로 3~5년 내 전기차보다 더 싼 값의, 슈퍼컴퓨터 두뇌를 가진 휴머노이드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호언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테슬라 로봇은 그렇다치고 필자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런 칼럼을 계속 쓸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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