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안에서 1·2심 판결은 대표이사가 담합 행위에 관여했거나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소액주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표이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즉시 시정 조치할 수 없었다면, 이는 회사의 업무 집행 과정에서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며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그 무렵 서울고등법원은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B사의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에 대해 담합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것이 이사의 감시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위 판결이 화제가 된 것은 판결의 설시 내용이 담합이라는 행위가 회사 내에서 발생하기만 하면 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사들에게 결과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에 일관하면 회사 내에서 횡령 사고가 날 경우 적절한 내부 통제 조치를 못 했기에 이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회사 이사들이 엄청난 부담을 느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나라가 대표이사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한다는 데 대부분 법조인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대표이사의 형사 책임을 묻는 입법이 속속 시행되고 위 판례와 같이 실질적으로 결과 책임을 묻는 듯한 법 해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필자 역시 소속 법무법인 경영총괄대표로 내정됐을 때 대표변호사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다. 참으로 한국에서 대표이사라는 직업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으며 전 재산을 날릴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극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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