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통보를 놓고 3일 여야가 팽팽히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것과 함께 ‘범국민 저항운동’ 등 강력 투쟁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성역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문 전 대통령도 이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결국 문 전 대통령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국 윤 대통령의 발등에 꽂힐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쓰기로 작정했느냐”며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인데도 감사원이 이중 조사를 하는 것은 ‘전임 정부 괴롭히기’ 총동원 작전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사법·감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김기현 의원은 SNS에서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은 뒤로한 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호형호제하며 널리 북한을 이롭게 하는 데 앞장섰다”며 “이제 억지 변명은 그만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도 “모든 국정에 대해 책임의 정점에 있었던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 조사조차 거부한 것은 국민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이 사건의 실질 감사를 오는 14일 종료할 예정이다.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요청하고, 그 내용을 국민들께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비판과 관련해서는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한다”는 설명 자료를 내놨다.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보내 답변받았다는 사례도 들었다.
민주당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감사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12일 이후 직권남용 등으로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4일에는 감사원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도 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순방 논란 등으로 한창 곤욕을 치르던 시점에 서면조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면 전환 시도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이 걸린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의 결정”이라며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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