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소비량 10% 줄이면 무역적자 59% 감소"

입력 2022-10-03 18:14   수정 2022-10-04 00:38

무역수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기 소비량을 연간 10% 줄이면 무역적자가 59%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전력 산하 한전경영연구원 분석 결과다. 이 연구원은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대비 값싼 전기요금이 ‘전기 과소비→에너지 수입 급증→무역적자 악화→고환율→고물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한전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력 소비량을 예상보다 10% 절감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57.8TWh(테라와트시) 감소하고 LNG 수입량은 4.2MMBtu(열량 단위) 줄어든다. 이 경우 올 상반기 878억달러에 달한 에너지 수입액은 817억2000만달러로 7.0% 감소하고, 103억달러인 무역적자는 42억2000만달러로 59.0% 개선된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249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다. 하지만 이 기간 누적 수입액도 5538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수입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균형으로 에너지 가격이 뛴 여파다. 실제 올 상반기 석탄과 가스 수입액은 380억3000만달러로, 177억3000만달러 수준이던 작년 상반기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은 국제 연료 가격 급등에도 국내 전기요금에 가격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전기 과소비가 유발되고,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뿐 아니라 환율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유럽연합(EU) 27개국의 전기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0.51%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3.98% 증가했다. 에너지 부족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린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는 같은 기간 전기 소비가 5% 이상 대폭 줄었다.

연구원은 “비효율적인 전기 소비는 환율 상승과 무역적자를 유발한다”며 “피크 발전 설비인 LNG 발전이 증가해 연료 수입량이 늘어나면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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