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 독일 막스프랑크 진화인류연구소의 스반테 페보(67·사진)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페보는 유전자 시퀀싱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유전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인간에 대한 고대 유전자 흐름은 면역 체계가 감염에 반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1986년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페보는 스위스 취리히대를 거쳐 1990년 독일 뮌헨대 교수가 됐다. 대학원생 때부터 국제학술지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한 그는 고고유전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고대인의 무덤 등에 남은 뼈나 유물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고고학에 차세대유전자시퀀싱(NGS)을 처음 접목한 학자다. 국내에는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로 잘 알려졌다.
1990년대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인류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면 페보의 연구는 인류의 유전학적 진화 역사를 완성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은 30만 년 전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아시아에 40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연관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페보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호모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페보의 발견을 통해 고대 인류의 유전자 서열이 현생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대표적 유전자 중 하나가 티베트 등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EPAS1 유전자다. ‘높은 폐활량 유전자’로도 알려졌다. 다양한 만성질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에 유입됐다는 후속 연구도 나왔다.
페보는 2020년 카롤린스카연구소와 함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코로나19 중증 질환 원인 유전자 중 하나인 3번 염색체 유전자 영역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다.
페보의 부친은 생리활성 호르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연구한 공로로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수네 베리스트룀이다. 부자(父子) 수상은 역대 7번째다.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1000만크로나(약 13억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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