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길 잘했네"...'캐시카우'로 변신한 두산그룹 자회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10-05 07:00   수정 2022-10-05 10:10


두산밥캣은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에서 출범한 미국 1위 건설기계 업체다. 소형 지게차와 소형건설장비(스키드로더) 굴삭기, 트랙터 등을 생산한다. 미국과 프랑스, 체코, 중국 등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2007년 5조원가량 들여 인수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이 회사는 손실을 내면서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서 실적이 반등했다. 이 회사는 올들어 강달러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뜀박질하고 있다. 미국에서 매출비중이 높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달 새 13%가량 불었다. 두산그룹은 한 때 유동성 위기를 겪자 이 회사의 매각을 고려했지만 계속 품기로 결심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밥캣마저 매각하면 그룹의 현금창출원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의기 의식이 컸다"고 설명했다.

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익익 컨센서스는 한달 전(7690억원)보다 13.2%(1020억원) 늘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추정치처럼 나오면 두산그룹에 인수된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 실적이 좋아진 것은 달러강세 효과가 컸다. 두산밥캣은 지게차와 소형건설장비(스키드로더) 굴삭기, 트랙터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매출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북미 비중이 71.3%로 가장 높았다. 유럽·중동·아프리카(17.6%), 아시아·남미 등(11.1%)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달러를 받는 거래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달러는 강세, 원화는 약세)를 보이는 만큼 원화로 환산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달러 강세효과에 힘입어 두산밥캣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53.9% 늘어난 3조8592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1.8% 늘어난 5039억원을 올렸다. 올 2분기에 1200~1300원 선에서 움직인 환율이 3분기에 1400원대를 돌파한 만큼 이 회사 실적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두산밥캣과 달리 두산에너빌리티는 달러강세가 반갑지 않다. 달러가 뜀박질할수록 영업외비용으로 회계처리되는 ‘외화환산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이회사의 별도기준 외화환산손실은 1641억원으로 작년(297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외화환산손실과 함께 통화선물을 비롯한 파생상품손실이 올 상반기에 2541억원에 달했다. 작년보다 194.6%나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달러강세로 외화환산손실과 파생상품손실이 불거지면서 올 상반기에 1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상반기(순이익 4500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환율 흐름에 따라 상호 실적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두 계열사로 환 헤지(위험회피)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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