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전기차 판매 석달째 '뚝뚝'

입력 2022-10-04 17:28   수정 2022-10-05 00:48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의 영향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판매분은 연초 계약된 물량이 고객에게 인도된 것으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적용되기 전 물량이다. 이런 가운데 IRA 충격까지 받으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12만6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는 다소 줄었지만, 전체 판매량은 경쟁사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판매량을 포함한 올 3분기 판매량은 38만445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제너럴모터스(55만1976대), 도요타(52만6017대), 스텔란티스(38만6375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포드는 아직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포드와 함께 4~5위를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9월 3533대로 전년보다 28.0% 증가했지만, 월별로 보면 6월(7129대) 이후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영향이다.

IRA 시행으로 지난 8월 17일 이후 전기차를 계약한 소비자는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대당 7500달러·약 1070만원)을 받지 못한다. 이 시기 이후에 계약한 차량이 인도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량이 본격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IRA의 영향을 묻자 “이대로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브랜드 이미지 하락, 딜러망 약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9월 미국 판매촉진비(인센티브)가 각각 대당 431달러, 384달러로 12개 브랜드 중 가장 적은 것은 긍정적이다. 사상 최저를 기록한 미국 평균 인센티브(대당 1090달러)보다 적다는 것은 수요층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줄어든 인센티브만큼 할인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를 할인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10만 대 판매 시 연 5000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단기 비용 부담이 있지만, 전기차 판매 타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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