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택시 기본료 1만1000원…승객은 불만, 업계는 시큰둥

입력 2022-10-04 18:21   수정 2022-10-12 16:27


정부의 이번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의 핵심은 배달·택배시장으로 이탈한 택시기사를 다시 끌어오는 게 초점이다. 택시부제 해제, 파트타임제, 차고지 복귀 규정 완화 등과 함께 심야 호출료 인상의 ‘당근’을 통해 택시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택시업계조차 이번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개인택시기사의 80%가량이 60대 이상인 데다 박한 수입 구조 때문에 떠난 기사들이 돌아오겠느냐는 것이다. 국회의 정치 논리와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에 좌초된 모빌리티 개혁이 결국 혁신 없는 요금 인상만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우성에 규제 푼 정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 집에 갈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심야 택시기사를 늘리기 위한 수익 개선이 핵심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임금 수준이 더 나은 택배·배달업으로 이탈하면서 2019년 3만1000명이던 택시기사는 현재 2만1000명으로 1만 명(32.2%)가량 줄었다.

이는 심야 택시대란으로 이어졌다. 2019년 12월 심야(밤 10시~오전 3시) 택시 운행 대수는 2만3000대였던 데 비해 올해 7월엔 1만8000대로 5000대 감소했다. 서울에서 이 시간에 택시를 호출할 경우 배차 성공률은 20%에 그친다.

정부는 수익 개선과 함께 운행 택시를 늘리는 방안도 내놨다. 중형에서 대형 승합·고급택시로 전환할 때 필요한 5년 무사고 요건을 폐지하고 법인택시 지원자가 범죄 경력 조회만 거치면 즉시 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효과 없을 때 ‘타다 등 비택시 확대’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심야 택시대란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타다 등의 비택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420대로 사실상 총량규제를 받고 있는 비택시 허가를 풀고 수입 일부를 납부하는 기여금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렌터카 등을 빌려 택시 면허가 없어도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는 타다·우버 등의 비택시사업자는 매출의 5%, 한 대당 월 40만원을 기여금으로 내고 있다. 2020년 1500여 대 규모까지 성장한 타다는 국회와 택시업계의 반대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뒤 기여금을 내야 영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총량규제까지 받는 모델로 쪼그라들었다. 원 장관은 “타다나 우버를 제도화한 플랫폼 타입1을 활성화할 계획이 있는데, 진입장벽을 낮추는 부분은 좀 더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장 급한 심야 택시난은 부제 해제, 심야 운행조, 호출료 인상 등을 통해 택시기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대책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택시업계 모두 불만
이번 대책을 두고 택시대란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29)는 “3000원에 달하는 카카오블루 호출료도 만만치 않은데 기본요금과 호출료까지 다 오르면 너무 부담된다”며 “저녁 약속 비용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인데 택시 기본요금까지 1만원대로 오르면 밤에 약속을 잡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장 택시기사들도 이번 대책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15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모씨는 “심야시간대 호출을 많이 받아도 두세 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호출료 인상으로 늘어나는 수입은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 정도 수준으론 택시기사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심야시간 택시 공급도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대책이 택시대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심야 택시대란 해소를 위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며 “호출료 인상 등으로 택시기사 수입이 올라가면 기사들이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택시대란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으로 연말까지 서울 심야시간 택시 공급이 3000대가량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일단 내년 초까지 정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기본요금을 올리다 보면 미터기까지 다 고쳐야 해 시행하면 내년 2월에야 적용된다”며 “요금을 인상해 국민에게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어떤 요금을 적용해야 나은 방식인지는 12월 또는 2월에 시행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혜인/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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