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배터리 반격'…9조원 쏟아붓는다

입력 2022-10-05 17:36   수정 2022-10-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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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산업에도 약 9조원 규모의 보조금 제도를 마련한다. 한국과 중국에 빼앗긴 세계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수적인 배터리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9000억엔(약 8조8761억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올가을 일본 정부가 편성할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을 포함할 계획이다.
◆배터리 밀리면 車도 잃는다
지원금 9000억엔은 △공장 건설 등 일본의 설비투자 지원 5000억엔 △니켈과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광물자원 확보 3500억엔 △전기차와 배터리 구입 보조금 수백억엔 및 인재육성 50억엔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1991년 소니그룹이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이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2015년 일본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 잇따라 주도권을 내주며 2020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내려앉았다.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기업과 중국 CATL 등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절연제 시장에서도 일본 아사히카세이가 중국 상하이에너지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 제도에 일본 기업이 고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을 뺏기면 일본의 핵심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 경쟁력마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탈석탄화가 진전되면서 배터리 시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421GW(기가와트)인 자동차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량이 2025년 1700GW로 4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일본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39GW로 약 2배 늘어나는 반면 미국과 중국의 생산능력은 205GW와 754GW로 4배씩 증가할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우위
일본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는 경쟁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특허를 많이 보유한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6곳이 일본, 나머지 4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0년부터 2022년 3월까지 1331건의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확보해 세계 1위였다.

1990년대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하기 시작한 도요타는 배터리 구조에서부터 재료, 제조공정까지 다양한 분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3위도 파나소닉홀딩스(445건)와 이데미쓰코산(272건) 등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일본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8월 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7250억엔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과 공동 출자한 효고현 히메지시 공장에 4000억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자회사에 325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5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도 40억달러(약 5조6656억원)를 들여 미국 오클라호마에 연 40~5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보조금 제도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자국 내에도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능력 강화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정한 일본은 지난해 6170억엔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제도를 신설했다. 이 제도를 통해 일본은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키오시아홀딩스 등의 새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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