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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은 예외였다. 몸에 그렸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이 그랬다. 문신 디자인 회사가 “미국프로농구(NBA) 게임 속 실존 선수 캐릭터에 우리가 저작권을 가진 문신이 그대로 나왔다”며 게임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게임사 손을 들어줬다. 문신은 몸의 일부인 만큼 문신한 사람 마음대로 저작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리노이 남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최근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문신의 저작권은 문신 시술가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 소송을 건 사람은 문신 시술가인 캐서린 알렉산더이고, 상대방은 인기 프로레슬러 랜디 오턴(사진)의 초상권을 보유한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와 게임 제작사 테이크 투다.
알렉산더가 오턴의 목과 어깨, 팔에 문신을 새긴 건 2003년이다. 오턴이 인기 레슬러가 되면서 이 문신 디자인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알렉산더는 2018년 이 디자인을 미국 저작권 사무소에 등록했다. 문제는 테이크 투가 프로레슬링 게임 ‘WWE 2K’에 랜디 오턴 캐릭터를 넣으면서 불거졌다. 문신 없는 오턴은 상상할 수 없는 터. 당연히 게임에도 문신 있는 오턴이 나왔다. 그렇게 소송은 시작됐고, 법원은 기존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배상액은 3750달러(약 529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신이 있는 인물을 다룬 사진과 게임, 그림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미국 법원이 문신을 미술작품이자 디자인 상품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4일 아트넷과 아트뉴스 등 유력 예술 전문지들이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올린 이유다.
국내 문신 인구는 300만 명에 이르지만, 이런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의료법상 문신 시술은 의사만 할 수 있어 문신 시술가에게 몸을 맡기는 건 불법이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신 시술사의 시술 자체가 불법인 만큼 저작권을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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