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반도체, 어떤 시장 공략을 위해 쓸 것인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내수보다 해외 시장을 택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격전지에서의 치열한 경쟁, 고환율, 반도체가 덜 들어가는 해외 차종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덕분에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어두운 면’도 있다. 국내 시장의 전례 없는 출고대기 기간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GV80를 받으려면 계약 후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반도체 대란 초기보다 오히려 대기기간이 더 길어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올해 1~9월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0.5%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가 8.1%, 기아가 2% 감소했다. 출고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 내수 판매가 감소한 것은 수출 비중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시장은 국내와 해외 모두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시장에 중점을 둬 해외 시장에서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10.4%로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약 8.3%에서 1년 반 만에 2%포인트 높아졌다. 글로벌 순수전기차 시장에서는 올 1~8월 22만8588대를 판매해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럽 전체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8.7%에서 9.9%로 높아졌다.
고환율도 해외 판매를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 비해 고급 편의사항·옵션을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반도체가 더 많이 쓰이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 때문에 ‘출고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일 기준 국내에서 GV80를 계약하면 무려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난달까지 출고대기가 1년6개월이었는데 이달 들어 2년으로 더 길어졌다. 투싼 하이브리드도 13개월 기다려야 한다. 이 차는 미국에선 대기 기간이 길어야 6개월 수준이다.
박한신/김일규/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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