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복합위기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글로벌 무역 성장 둔화 가능성 등 글로벌 악재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 등 복합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한국 경제가 자칫하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5일(현지시간)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산유국들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뛰었지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해 지난달 80달러 선으로 밀렸다.
문제는 OPEC+의 감산 결정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면, 한국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5.6%인데, 7월 6.3%를 찍은 뒤 두 달 연속 둔화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제시한 '10월 물가 정점론'이 들어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석유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6.6%였는데 이는 지난 1월(16.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3~7월엔 석유류 물가가 30% 이상 뛰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지난 5일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 상승 여부가 향후 물가의 최대 변수"라고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데, 자칫하면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미 올 6월부터 수출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줄어든 품목은 10개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 이후 전망은 더욱 나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84.4로 3분기 94.4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2분기(7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을 나타낸다. 기준치(100)를 상회하면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그 아래이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내년 전망은 더 암담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5일(현지시간)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발표한 전망(3.4%)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세계 각국의 고금리 정책 기조 등이 경제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글로벌 상품 교역량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6일 '제2차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의 긴축통화 정책이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향후 수출입 여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2.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낮췄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춘 곳도 있다.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내년 성장률 전망은 기존 2.5%에서 1.9%로 0.6%포인트 하향조정했다. IMF(2.1%) 한국은행(2.1%) OECD(2.2%) 현대경제연구원(2.2%) ADB(2.3%) 등도 2% 초반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1400원을 넘어선 뒤 1300원대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15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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