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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렵지만 좋은 글쓰기를 위해 알아둬야 할 말들…. 뉴스로 다뤄졌다는 점이 다를 뿐, 이런 범주의 우리말은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거론하던 ‘영수(領袖) 회담’도 그런 말 중 하나다. 일각에선 권위주의적 표현이라고 해서 가급적 쓰지 말자는 지적도 한다. 이 말이 일상의 말이 아닌, 어려운 한자말이라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이 말이 애초 ‘옷깃’과 ‘소매’를 나타내는 글자였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면, 우리말의 깊은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영(領)은 ‘명령 령(令)+머리 혈(頁)’이 합쳐진 글자로, 머리(頁)가 의미부다. ‘다스리다, 거느리다’란 뜻으로 흔히 쓰이지만 원래 옷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옷깃’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옷깃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게 한 부분을 말한다. 머리와 맞닿은 목 부분을 둘러댄 옷깃은 자연스레 옷의 중심이 되고, 여기서 의미가 확대돼 사람을 ‘거느리거나 다스리다, 이끌다’라는 뜻이 나왔다.
‘영수’의 수(袖)는 ‘소매’를 뜻한다. 한복에서 소매는 옷깃 못지않게 중요했다. 한복 소매는 양복 소매에 비해 통이 훨씬 넓고 곡선으로 부드럽게 처리돼 눈에 특히 잘 띄는 부분이다. 옛날엔 실용적인 중요성도 꽤 컸다. 주머니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 전통 한복에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소지품을 넣는 주머니가 없었다.(참고로 ‘호주머니’의 호는 ‘오랑캐 호(胡)’ 자로, 북방 민족의 의복양식이 들어오면서 생긴 말이다.) 대신에 간단한 소지품을 윗저고리 소매에다 넣었다. 이곳을 넓게 만들어 손을 감추기도 하고 물건을 넣어 간수하기도 했다. 예부터 소매를 중요하게 여긴 까닭은 그런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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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그 쓰임새도 정교하게 할 수 있다. 우리말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풍성하고 다양한 ‘어휘의 저수지’를 쌓아야 한다.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쓰는 한편으로 다소 난해하지만 고급스러운 어휘도 버릴 수 없는 까닭은 그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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