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 고정관념 깨…그냥 즐기시라"

입력 2022-10-09 17:07   수정 2023-04-27 10:20

한 무대에서 두 편의 연극이 동시에 진행된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의 장면이 무대 양쪽으로 배치된 객석을 향해 교차되며 전개된다. 관객은 마치 틀린 그림을 찾거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두 이야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경험을 한다. 오는 21일 연극계 원로 중심으로 열리는 ‘제7회 늘푸른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연극 ‘겹괴기담’의 독특한 형식이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김우옥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88·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줄거리나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인 작품”이라며 “형식의 파괴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과 신선한 충격을 주는 실험극”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70~1980년대 미국의 실험극을 국내에 들여왔다. 청소년 연극 ‘별들’ 시리즈를 연출해 국내 ‘아동극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1994년 초대 한예종 연극원장으로 부임해 현재 연극계를 이끌어가는 한예종 교육의 틀을 만들었다.

‘겹괴기담’은 미국 실험극의 대가 마이클 커비(1931~1997)의 희곡으로, 1970년대 말 뉴욕에서 초연됐다. 커비와 김 교수는 뉴욕대 사제지간이다. 김 교수는 커비가 쓴 ‘내·물·빛’, ‘춤’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극은 ‘주인공’ ‘적대자’ ‘조력자’ 등이 등장하는 두 편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전개된다. 막이 열리면 두 이야기는 각각 무대의 양쪽 끝 공간에서 시작된다. 한쪽에 앉은 관객에게 처음 가까이 보이던 이야기는 점점 멀어지고, 멀리 보이던 이야기는 점점 가까워진다.

무대 연출도 특이하다. 가로 6m, 세로 6m의 정사각형 무대에 6개의 검은색 반투명 막을 드리워 5개의 공간으로 나눈다. 각각 1.2m 간격의 좁은 공간에서 배우들이 연기한다. 김 교수는 “무대 세팅뿐 아니라 암전을 비롯한 조명 효과와 음향 등이 어우러진다”며 “관객들은 일종의 설치미술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82년에 김 교수가 대표로 있던 동랑레파토리 극단에서 초연했고, 2000년에 한예종 연극원장 퇴임 기념으로 공연했다. “40년 전 초연 때는 이 작품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관객이 대부분이었어요. 약 20년이 지난 퇴임 공연 때 반응이 훨씬 좋았죠. 다시 20여 년이 지나 새로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설레고 기대됩니다.”

공연은 다음달 6일까지 서울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제7회 늘푸른연극제는 ‘겹괴기담’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문턱’ ‘영월행 일기’ ‘꽃을 받아줘’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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