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AA.31476148.1.jpg)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의 제임스H클라크센터 웨스트윙 3층에 있는 바이오-X 연구소. 5개의 연구실이 개방된 형태로 연결돼 있는 이곳에서 마지막 코너에 다다르자 뇌수술실이 나타났다. 생물학과 학생과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을 비롯해 의사들이 함께 모여 연구에 한창이었다. 동물의 움직임에 따른 대뇌의 활동을 측정한 뒤 그 결과를 컴퓨터로 모델링하는 작업이었다.
스탠퍼드대 바이오-X는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독특한 연구소다. 생명과학 연구가 중심이지만 의사, 자연과학자, 엔지니어, 물리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체의 복잡한 구조를 풀어내는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한다.
바이오-X가 자리잡은 클라크센터의 위치와 구조도 이런 협업에 최적화됐다. 2003년 완공된 클라크센터는 의대, 자연대, 인문대, 공대, 병원 등에 둘러싸여 있다. 식당과 카페를 갖춰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건물 외관을 통유리로 조성해 내부를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의 재정과 운영 실무를 총괄하는 하이데 패테이 바이오-X 행정처장은 “35개 학과 교수와 60개 학과 학생들이 클라크센터에서 차세대 융복합 연구를 하고 있다”며 “클라크센터는 주변 단과대학 인재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X라는 이름에도 융합이 숨어 있다. 바이오 다음에 무엇이든 올 수 있다는 의미로 ‘X’를 붙였다. 바이오엔지니어링, 바이오메디신 등처럼 조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연구실별로 학부생부터 석·박사 과정 학생 그리고 교수진까지 모여 있다.
시드 그랜트의 연구재원이 상당 부분 기업에서 나오지만 기업의 요구에 종속되기보다는 연구진의 자율적 연구를 지원한다. 시드 그랜트의 추가 연구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교수들이 아니라 바이오-X 행정처가 나선다. 패테이 행정처장은 “사무처 직원들이 직접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서 제안하고 관심 있는 기업으로부터 연구자금을 조달해온다”며 “연구진이 하고 싶은 연구와 기업이 관심 있는 연구의 중간점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슨앤드존슨을 비롯해 프랑스의 제약사 사노피 등도 시드 그랜트에 참여했다.
바이오-X에는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 기업이나 연구소, 기관 등에서 2년 이상 일한 경험이 있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매년 2명씩 선발해 3년 동안 연간 10만달러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바이오-X에서 공부한 사람은 다시 원래 소속 기관으로 돌아가 1년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관련뉴스